어떤 그림을 그릴까
이제 그림이 나의 본업이 아니게 된 지금,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었다. 미술학원 일을 하는 동안 그림은 언제나 목적이 있었고, 학생들의 입시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입시에서 먹힐만한, 잘 그린 그림 뿐만아니라, 학생들이 배우기 쉽고 빨리 그릴 수 있는 그림이어야 했다. 재료, 그림의 크기, 한 장을 그리는데 필요한 시간, 주제 등 모든 것은 시험에 맞추어져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2절, 3절, 4절 이라는 규격에 맞추어 그리게 되었고, 수년마다 한번씩 바뀌어가는 입시 유형에 맞추어 재료가 변하고, 주제가 변해왔다. 그래도 내가 원하고, 내가 잘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그려왔다고 생각했었지만 그 바닥을 벗어나고 보니 그나물에 그밥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바닥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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