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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을 그릴까 이제 그림이 나의 본업이 아니게 된 지금,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었다. 미술학원 일을 하는 동안 그림은 언제나 목적이 있었고, 학생들의 입시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입시에서 먹힐만한, 잘 그린 그림 뿐만아니라, 학생들이 배우기 쉽고 빨리 그릴 수 있는 그림이어야 했다. 재료, 그림의 크기, 한 장을 그리는데 필요한 시간, 주제 등 모든 것은 시험에 맞추어져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2절, 3절, 4절 이라는 규격에 맞추어 그리게 되었고, 수년마다 한번씩 바뀌어가는 입시 유형에 맞추어 재료가 변하고, 주제가 변해왔다. 그래도 내가 원하고, 내가 잘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그려왔다고 생각했었지만 그 바닥을 벗어나고 보니 그나물에 그밥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바닥을 .. 더보기
독서 후기: '커피세계사' -탄베 유키히로 나는 보통의 경우보다는 커피에 대해 약간 더 많이 아는 편이다. 그것은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아내 덕분인데, 그래서 나에게 커피란 아내와 떼어놓고는 떠올릴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커피에 대한 지식은 우리 부부에게 좋은 대화 소재가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커피에 대한 나의 관심은 언제나 본인에 대한 관심에 목말라 있는 아내에게 나의 애정이 아직 식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 시켜줄 수단이 될거라는 생각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게 된 이유가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아내 덕분에 그동안 질 좋은 원두로 제대로 내려진 커피를 마시게 되면서 나도 약간은 까다로운 입맛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원두에 따른 맛의 차이를 알게 되었고, 로스팅의 정도나 추출방식에 따른 취향도 생기게 되.. 더보기
인물수채화 (Anya Taylor Joy) 중반까지 굉장히 만족하면서 그렸던 그림. 초반부 진행하면서 예전의 감이 많이 돌아왔다. 한 장한장 그릴 때마다 '아 이런게 있었지', '아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됐었지'. '아 이거 조심하면서 해야했었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점점 나아지는 것이 스스로 느껴질 때는 그림그리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문제는 그 순간이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그리 길게 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본인의 그림이 늘고 있는 것이 느껴지지 않고 정체되어있다고 느껴지거나, 심지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안좋은 습관이나 단점이 고쳐지고 있지만 학생들의 눈으로는 당장의 결과물에서 그것을 찾아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의 발전 여부와는 .. 더보기
로마의 일인자 1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1부) 나는 아직 로마에 가본 적은 없다. 하지만 고대 로마시대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최대 7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하고 웅장한 경기장인 콜로세움, 현재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어서 오페라, 콘서트를 비롯하여 베르디 페스티벌이 개최 되기도 하는 로마원형극장 등 2000여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제 모습을 간직한 여러 유적들은 언제나 로마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기 충분하고 언젠가 직접 가서 보고싶은 기분을 만들어낸다. 특히 그 웅장한 아름다움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와 달리 다신교였던 로마에서 모든 신을 위해 지어진 판테온 신전 등의 유적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호기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카르타고와의 포에니 전쟁으로 유명한 한니발, 평민을 위한 사회 개혁을 꿈꾸었던 그라쿠스 형제, 그리고 황제는 아니었지만 황제를 의.. 더보기
수채화 - 9년 전에 만났던 할아버지 처음엔 굉장히 맘에 들어서 재미있게 그리다가 후다닥 대강 분위기만 내고 마무리 해버린 그림. 금발이나 백발은 그리기가 좀 귀찮다. 머리카락이나 눈썹이 피부보다 밝으면 피부를 그리면서 머리카락이나 눈썹 부분을 남기면서 칠해야하기 때문이다. 그게 귀찮아서 적당히 표현하고 말아버린 점이 잘 드러나는 그림이다. 이때까지는 아직 예전만큼의 감이 돌아오기 전이다. 그러다보니 진행속도가 느리다보니 급 지겨워졌다. 배경, 옷, 머리카락 등 주변부를 칠하면서부터 '이런 식으로 해서 언제 다 끝내나'하는 몹쓸 생각에 적당히 터치넣고 풀어버리면서 마무리해버렸다. 후회는 없다. 즐길거 다 즐기고 귀찮은 부분은 넘겨버린 느낌. 하지만 매번 이런식으로만 그리면 그림은 잘 늘지 않는다. 어렵고 귀찮은 부분을 매번 고민하고 연습해야.. 더보기
지난 1년간 읽은 책들 + 나의 취미생활 지난 1년간 읽은 책들이다. 사진에 있는 책 외에 토지 4권이 더 있고, 전자책으로 서너권 정도가 더 있다. 틈날 때 마다 시간 내서 꽤 많이 읽었다. 책은 참 재미와 유익을 함깨 즐길 수 있는 취미이다. 그리고 그 내용을 공유하고 대화할 사람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런 대화를 통해서 나도 확장되고 상대방도 확장된다. 아름다운 장면이나 재미있는 내용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도 즐겁다. 원래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긴 했는데 사실 많이 읽지는 못했다. 독서는 언제나 해야할 일의 목록 중에 최하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다른 활동들을 거의 하지 않게되면서 드디어 독서가 해야할 일 목록의 상위권에 올라올 수 있었고, 그렇게 읽다보니 1년간 꽤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최근에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 더보기
인물수채화 전신 과정 입시 인체수채화에서는 대부분 배경을 그리지 않는다. 배경까지 채색을 요구하는 몇 학교를 제외하고는 시험의 특성상 시간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배경보다는 인체에 집중을 하는 것이 좋다. 주어진 짧은 시간을 인물에 집중하여 채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배경은 채색하지말라고 제한을 주는 학교도 많다. 그러다보니 입시를 준비하면서는 배경을 채색해 볼 기회가 많지 않다. 나 역시 배경을 채색하는 것이 어색하기도 했고, 배경을 칠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었다. 오랜만에 전신 인체수채화를 했는데 다 그릴때쯤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뭔가 의도적으로 일부러 비워놓은 것도 아닌데 배경을 칠하지 않는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배경은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그림을 더 살릴수도 있고 반대로 망칠수도 있.. 더보기
세계사 편력 1 (Glimpses of World History 1, 자와할랄 네루, 1933)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나는 언젠가 한번쯤 세계사를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사실 왜 그래야하는지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 역사를 알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거라 막연히 생각했거나 혹은 개인적인 지식의 양을 늘리고 싶은 욕심에 세계사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은 알아두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역사책이라는 것은, 더군다나 '세계사 편력'이라는 제목의 책은 어느정도 딱딱하고 지루한 지식의 나열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어볼 결심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은이 자와할랄 네루의 서문과 딸에게 보내는 첫 편지를 읽으면서 이 책을 대하는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네루는 인도인으로 영국에 의해 불합리하게 통치를 받고 있던 시기의 지식인이었다. 그리고 불합리한 이유.. 더보기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지 않은지 아마 2년도 넘은 것 같다. 이렇게 오랬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것은 처음이다. 초등학교 3학년쯤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입시가 끝나자마자 학원 강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꽤 많은 그림을 그렸었다. 그 동안 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블로그도 방치해둘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일단 다른 일에 집중해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학원의 일에도, 그와 관련된 사람들에게도 너무 지쳐있었다. 내가 정말 열심히 해왔던 입시미술이라는 근본적인 것에 대한 회의, 믿었던 사람들에게 느꼈던 배신감, 사랑했던 학생들과의 소모적인 관계, 반복되는 과로와 긴장감 등으로 인해 학원 일을 계속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수십 년을 .. 더보기
미대입시 체험기 마지막 8) 입시결과와 에필로그 이전 글: [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1) 지금 시작해도 충분하다[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2) 실기와 공부 병행하기[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3) 우리의 목표는 1, 2등급이 아니다[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4) 내가 모르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5) 영어가 제일 어려웠다[전체] - 미대입시 체험기 6) 이렇게 된거 실기시험도 치러간다[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7) 드디어 수능이다 * 인물소묘 학생작 처음에는 진숙이로 시작하여 학생들의 성적 관리와 공부에 도움이 되고자 시작했던 공부가 직접 수능도 쳐보게 되었고, 기왕 수능을 쳤으니 실제 실기 시험장에 가서 학생들의 그림 수준이나 유형을 직접 보고오면 좋겠다 생각을 하여 실기 시험까지 치르게 되었다. 정시 지원.. 더보기
미대입시 체험기 7) 드디어 수능이다 이전 글: [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1) 지금 시작해도 충분하다[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2) 실기와 공부 병행하기[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3) 우리의 목표는 1, 2등급이 아니다[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4) 내가 모르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5) 영어가 제일 어려웠다[전체] - 미대입시 체험기 6) 이렇게 된거 실기시험도 치러간다 그렇게 드디어 수능이 다가왔다. 전날 예비소집일 갔다가 밤에는 화실에서 수업을 했다. 수능날 아침은 운전하면서 평소 먹던대로 간단하게 요기만 했다. 다행히 내 고사장 바로 옆에 문화센터가 있어서 주차가 용이했다. 전날 미리 주차 금액을 물어봤는데 보호자인줄 알더라. 고등학생 자식이 있을 나이는 아닌데. 노안도 아닌데. * 수능날 .. 더보기
미대입시 체험기 6) 기왕 이렇게 된거 실기시험도 쳐야겠다. 이전 글: [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1) 지금 시작해도 충분하다[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2) 실기와 공부 병행하기[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3) 우리의 목표는 1, 2등급이 아니다[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4)내가 모르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5) 영어가 제일 어려웠다 * 인체수채화 시범작 ( 과정영상이 궁금하시면 https://www.youtube.com/watch?v=owRQvMkS18w&t=20s ) 국어는... 나는 원래 국어공부에 큰 거부감은 없었다. 노는게 더 좋았을 뿐. 그래서 그냥 했다. 쉬운건 아니었지만, 어렵다고 힘들진 않았다. 문법은 수특 강의도 듣고, 개념강의도 들었다. 나는 남궁민 선생님의 강의를 보았는데 발음이 잘 들려서 2배속으로 듣..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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