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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의 미대입시 도전기

미대입시 체험기 1) 지금 시작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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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연필 수업 고2 학생작


벌써 9월. 이제 곧 9월 모평이다. 미대 입시생에게 9월 모평이야말로 수능을 제외하면 가장 중요한 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 9월 모평 점수가 실제 수능점수와 직결되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 어느 정도의 영향은 있을 수 있겠지만, 9월모평의 점수가 꼭 수능 점수와 비슷하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 수능에서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반대로 점수를 올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9월 모평 점수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대부분 학원에서 9월 모평의 점수를 기반으로 진학 상담을 진행하면서 앞으로의 입시 전략을 본격적으로 세우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낮은 레벨의 대학교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해서 무턱대고 학생이나 학부모의 욕심에 맞추어 상위권 대학의 실기만 준비하다가 결국 낮은 수능 성적을 받게 되는 경우, 부족한 수능성적으로 인해 결국 불합격하게 되면 학원 전체의 합격률이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합격가능성이 낮은 학생도 억지로 상위권 대학의 실기를 준비시키다 보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로 인해 학원 전체 수업의 질이 떨어지면서 다른 성적이 좋은 학생들의 입시에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학원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어느 정도는 실현가능한 목표를 가지고 입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전체의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학생이 최종적으로 어느 정도 레벨의 학교에 지원을 할 것인지 처음부터 미리 정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미대지망학생들의 성적이 원하는 대학교에 지원하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높은 점수로 미대 입시를 시작하는 경우도 없는 건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기에 부족한 성적으로 입시를 시작하게 된다. 학생은 앞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오를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대부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기도 하고, 더 떨어지는 경우도 흔하고. 

그래서 학생이 원한다고 해서 상위권 대학의 실기만 준비하다가 결국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수도권이나 지방대 실기로의 전향이 늦어지게 되면 합격가능성도 매우 낮아지게 된다. 게다가 서울대, 이대 등 상위권 반 수업의 집중력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학원에서는 신중하게 학생 한명한명의 입시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그렇다고 학생에게 '너는 어차피 성적을 올리지 못할거야. 그러니 지방대 실기를 준비하자'고 할 수도 없고.

그러니 학원 입장에서는 성적이 오를 것을 기대하며 좀 더 기다려 보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마지노선이 바로 9월 모평이다. '저는 성적 꼭 올릴 수 있어요.', '우리 애는 무조건 서울대, 이대 보낼꺼에요.'라고 말하는 입시생과 학부모를 9월 모평 점수를 토대로 현실을 알려주고 욕심을 낮출 수 있도록 설득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생도 더이상 무작정 수능때는 성적이 오를거라고 얘기 할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고. 그래서 결국 9월 모평성적이 한 학생의 미대입시에 있어서 본격적인 첫 관문을 통과하는 기준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입시를 치르면서 '9월까지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정말 향상 가능성은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수능까지 두달반이나 남은 건데 그래도 아직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는거 아닐까 싶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직접해보고 안되는거면 좀 더 확신을 가지고 학생과 학부모와 입시 상담을 하기가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내가 직접 해봤는데 이제와서 점수올리는 것은 불가능 하더라"아니면 "내가 직접 해봤는데 아직 시간 충분해. 열심히 해봐. 할 수 있어." 라고 말해 줄 수 있으면 참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너무 막연하게 공부 열심히 하면 점수 올릴 수 있다고 얘기해오면서, 내가 얘기하면서도 내 말이 설득력이 없는 것을 느꼈었다. 나도 학생때는 공부 지지리도 안했었으니까.


* 내 생활기록부. 무려 90년대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이다. 이때는 수우미양가 다섯단계로 점수를 매겼었다. 반에서 중하위권 정도 였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으로 치면 7등급 정도? 학창시절 공부를 했던 기억은 없다.


그러던 와중에 작년에 가르치던 학생들 중에 한 재수생이 있었다. 

편의상 진숙이(실제 인물과 아무 상관없는 지어낸 이름)라고 하자. 원래 고2부터 디자인을 하다가 제작년인 고3 여름이 지나서 회화로 전향했기 때문에 회화실기 준비기간이 짧았고 성적도 낮았다. 그래서 수도권과 지방쪽 대학에 지원했고, 대진대 회화과에 합격했었다. 준비기간과 6등급 정도의 성적을 생각하면 성공적으로 합격한 케이스였지만 더 좋은 학교에 다니고 싶은 욕심과 약간의 자만심으로 재수를 결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5~6월이 지날 때까지도 제대로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적은 그대로였고, 공부에 지장을 줄 것을 염려하면서 실기 수업도 조정해왔기 때문에 실기력도 이렇다할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 진숙이의 고3 수능 성적. 아마 가채점 점수였던 것 같다. 실제 점수는 평균 6등급 정도로 약간 떨어졌던 것 같지만 어차피 크게 차이는 없었다. 


재수 초기에 아직 공부를 제대로 해본적이 없으니 일단 재수학원에 다니면서 배우는게 낫지 않겠나 했지만 진숙이는 체질상 공부학원은 못 다니겠다고 했다. 그런 진숙이를 위해 3월부터 고3학생들에게 모의고사 문제지를 받아다가 주말에 화실에서 독학재수생과 특성화 고등학교 재학생을 모아 모의고사를 치르게 했다. 3월, 4월, 6월, 7월, 9월 모두 화실에서 모의고사를 치렀다. 독서실을 알아봐주기도 하고, 자꾸 아침에 게을러지는 진숙이를 위해 아침에 미술수업을 하고, 독서실을 화실 근처로 옮겨서 점심을 먹고 독서실로 가게 하기도 했다. 화실은 억지로라도 와야하니까 그렇게 하면 점심까지 자는 경우는 줄일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진숙이 때문에 아침부터 하루에 두번씩 수업을 해야했지만, 더 잘 해보겠다고 합격한 학교를 포기 하면서까지 재수를 선택한 진숙이의 입시를 꼭 성공시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9월모평 성적으로 입시를 치르게 된다면 결국 작년에 붙었던 학교에 또 지원해야하거나 더 못한 학교에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되었다. 그래서 남은 두달반 동안 어떻게든 성적을 올려야 했다. 그냥 공부열심히 해야한다고 얘기하는 것으로는 변화가 없을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 진숙이의 2016년 월별 모의고사 성적들. 간혹 잘 나온 점수들이 보인다. 문제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서도 간간히 좋은 등급이 나와버리는 것이다. 모의고사 등급에 현혹되거나 실망하지 말고, 자신의 구체적인 계획에 맞추어 실제 공부의 양을 정확히 체크해주면서, 모의고사는 등급확인이 아니라 실전 연습 정도로만 생각해야한다.역시 모의고사 점수는 실제 점수와 다르다. 재수생들과 특성화 고등학교 재학생들을 모아 화실 수업이 없는 날 직접 모의고사를 보게 하면서 성적 관리를 해주었다.


<다음 글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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