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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의 미대입시 도전기

미대입시 체험기 2) 실기와 공부 병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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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1) 지금 시작해도 충분하다.


기존에 하던 방법이 음식을 만들어주고 직접 차려먹으라고 하는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다 차려주고 떠먹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든 올해 입시는 꼭 성공시키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공부를 제대로 거의 안해본 진숙이를 위해서 사탐 두 과목부터 골라주기로 했다. 요즘 입시는 과학이랑 수학은 안해도 된다는 것 정도만 알았지, 국어 듣기가 없어진 것도, 수능특강이란게 연계교재라는 것도, 사탐은 어느 과목이 몇 개나 있는지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여기저기 찾아보고, 서점에가서 교재도 훑어보고, ebsi 에 가입해서 과목별로 선생님 별로 인강도 다 들어보면서 인강도 골라주었다. 어느 과목이 학생에게 잘 맞을지는 어느정도 직접 공부해봐야 알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책도 직접 사다가 공부해보고, 인강도 보고 진숙이랑 상의하면서 인강 선생님도 골라주었다. 화실에 8시까지 나오도록 해서 공부를 시켰고, 나도 매일 그 시간에 같이 출근해서 같이 공부했다.  


* 나의 고등학교 성적표. '수우미양가'의 다섯단계로 성적을 평가하던 시절이다. 국사는 두 학기 모두 '가'를 기록했다. 창피하지만 다행스럽게 '가정적 어려움도 잘 극복해 나가고 차분한 성품' 이라던지 '교우 관계가 매우 좋음' 이라는 뻔한 칭찬도 적어주셨다. 


위의 성적표를 보면 알겠지만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아니었고, 대부분의 예체능 학생들처럼 공부를 거의 하지 않던 학생이었다. 특히 영어와 수학은 아얘 공부해 본 적도 없어서, 고3 수능에서는 80점 만점에 둘다 삼십점대 초반의 점수를 기록하였다.(그때는 예체능 학생도 수학이 필수 였다.) 실기를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실기빨로 운좋게 서울권 대학교에 진학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도 공부라는 건 잠깐 독학으로 영어회화를 공부했던게 전부였고, 나의 단어 수준은 중학교 1~2학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 고등학교 시절 받은 미술관련 상장들. 성적표를 공개하고 보니 좀 창피해서...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림은 좋아했고 또 꾸준히 해왔던 결과라고 할 수는 있겠다. 


이런 실력이었던 내가 잠깐 공부 해본다고 해서 직접 공부를 가르쳐 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학생과 비슷한 수준의 실력에서 '내가 너랑 비슷한데 열심히 해보니까 되더라.', '이 선생님이 초보자한테 설명을 잘해주시더라', '국어 문법은 포기하던가 하려면 꼭 개념강의부터 봐야겠더라.',  아니면 '영어 문법은 해봤는데 어차피 기간내에 제대로 이해 안되니까 안하는게 낫겠더라.', '그래도 영어 단어는 꼭 외워야겠더라.', '영어는 일단 문법먼저 공부하고 독해 공부를 하는게 낫더라,' 혹은 '문법 몇 문제 안되니까 독해위주로 공부하는게 좋더라,' '사문 표문제는 3문제 다 틀린다고 생각하고 최소한만 공부해서 4등급까지 만드는 것도 괜찮겠더라.' 등의 얘기를 해 줄수 있다면 학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잘 되면 학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서 입시를 성공 시킬 수 있을 것이고, 나중에도 학생들에게 더 확신을 가지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열심히 공부 시작해보라는 얘기를 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혹시 생각만큼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내가 직접해보니까 9월 이후에는 어차피 성적 올리기 힘들더라. 실기랑 같이 병행하는게 더 효율적이야.' 라고 얘기해줄 수 있다면 훨씬 신뢰감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어느 경우에도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고, 내 수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대신 중요한 것은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열심히 해보지도 않고서 학생들에게 '9월 이후에는 어차피 성적 올리기 힘들다'고 얘기해버리면, 열심히해서 성적을 올릴 수도 있는 학생의 의지를 미리 꺾어버리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기왕하는거 정말 열심히 해야만했다. 그렇다해도 매일, 심지어 수능 전날까지도 저녁 5시부터 10시까지는 화실 수업을 해야했다. 그러니까 하루에 막 15~20시간씩 공부했던 건 아니다. 잠도 꼭 7시간씩은 잤다.     

* 나의 9월계획표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잡고 싶었지만 아직 무엇을 먼저 공부해야하는지 등 모르는게 많았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밖에 계획을 짤 수 없었다. 


평일은 8시에 공부를 시작했고, 밥시간은 한시간씩 잡았지만 1시간을 맞추어서 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밥은 보통 20분이면 다 먹었고, 식사후에는 꼭 10~15분 정도 매트를 깔고 바닥에 누워서 잠을 잤다. 수업 전 식사시간에는 수업준비를 하기도 했고, 수업이 끝나고 12시~1시 정도는 수업 정리와 다음날 수업 준비 등을 했다. 특별히 할 일이 없는 날은 1시까지 공부를 하다가 잤다.


투자하는 시간 대비 실제 공부시간을 길게 하기 위해서는 식사 시간을 줄이고, 중간중간 휴식시간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끼니마다 1시간씩 밥을 먹고 50분 마다 10분씩 쉰다고 하면,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10시간동안 공부를 한다고 해도 3시간 20분이나 버리게 된다. 결국 10시간중 실 공부시간은 6시간 40분인데, 사실상 매번 쉬었다가 다시 집중을 시작되는데 은근히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매우 효율이 떨어게 된다.

집중력을 계속 키워서, 한번 시작하면 밥시간까지 휴식시간을 없애고 식사시간을 줄이게 되면 10시간 중 9시간 정도를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게 된다. 나중에는 밥먹으면서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잦았다.


그렇게 9월부터 나도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진숙이도 아침 8시까지 화실에 나와서 공부하라고 했지만, 몇 일 지나지 않아 늦잠으로 늦거나, 아프거나, 늦어서 독서실에 가서 공부한다거나 하면서 오지 않다가 결국 혼자 공부하겠다면서 나오지 않게 되었다.


* 한창 공부하던 시기의 원래는 정물대였던 책상. 수능이 가까워지면서부터는 매일 아침마다 시간을 맞추어서 모의고사를 풀었다.


<다음 글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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