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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의 미대입시 도전기

미대입시 체험기 3) 우리의 목표는 1, 2등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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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1) 지금 시작해도 충분하다

[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2) 실기와 공부 병행하기


 결국 진숙이가 나오지 않게 되면서 나도 그만둘까 했었지만, 9월이 되어서야 혼자의 의지만으로는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닳은 영식이와 효진이 (둘다 재수생이고 완전 지어낸 이름임) 가 아침공부에 합류하면서 나의 입시체험도 계속되게 되었다. 영식이는 고3수능에서 4등급 중후반이었고, 효진이는 6등급 정도 였는데 매일 아침 화실에 나와서 나랑 같이 꾸준히 공부한 결과 작년 수능에서 각각 3등급 초중반, 4등급 초중반으로 좋은 성과를 얻었다. 뭐 내가 직접 가르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교재나 강사 선택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구체적인 공부 스케줄을 같이 짜주기도 했고, 화실에서 공부를 하게 함으로써 독서실 갔다가 화실갔다가 하는 불필요한 이동시간을 줄여 준 것이 어느 정도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각자 공부한 기간에 비해 만족할 만한 점수를 얻은 영식이와 효진이는 둘다 서울권 대학에 합격 할 수 있었다. 


 한편 진숙이는 수능에서 결국 고3때와 비슷한 점수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9~10월 쯤 부터는 공부를 하겠다며 화실에 나오지 않았고, 그 전에도 계속해서 실기 시간을 조정해왔기 때문에 실기력도 그다지 향상되지 않았다. 때문에 고3때 지원했던 학교에 또 지원하더라도 합격을 보장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창피함 등으로 버티지 못하고 실기시험을 2주 가량 앞두고 입시를 포기하게 되었다. 화실에는 나오지 않다가 실기시험은 치고 왔다는 소식만 들었는데 다 떨어졌다고 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입시를 책임지지 못한 것에 대해 우선은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있긴하지만,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나 하는 궁금증은 여전히 있다. 입시와 학생들은 여전히 너무 어렵고 힘들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사실 진숙이는 고3 입시가 끝난 직후부터 이성교제를 해왔다고 한다. 의심스러운 상황이 몇 번 있었기 때문에 걱정스러운 마음에 혹시 지금 연애중인지를 몇 번 물어본 적도 있었지만 너무 극구 부인하여 믿어주는 걸로 매번 넘어갔었는데 학생을 쉽게 믿은 것이 잘못이었을까. 아니면 쉽게 넘어가준것이 잘못이었을까. 애당초 연애의 초기부터 막지 못한게 잘못이었을까 모르겠다.


* 작년 수능을 준비하면서 봤던 책들. 이 외에도 프린트해서 봤던 자료들이 한무더기 있었다.


* 모의고사는 A4 용지에 프린트 해서 풀기도 했다.


사탐과목을 골라주는 것부터 시작했으니 실제 공부도 사탐부터 시작하기는 했는데 성적이 낮은 학생, 특히 사탐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처음에 사탐을 먼저 한 번 끝내놓고 국어, 영어를 공부하는 동안 사탐은 문제 풀이와 복습 위주로 진행해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영어의 기본기가 형편없어서 앞으로 영어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그래서 비교적 빨리 끝낼 수 있는 과목을 우선 끝내놓는 것이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아직 충분한 경우라면 사탐을 먼저 하는게 비효율적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영어의 경우에도 기본적인 실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있다면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좋을 수 있지만, 나 같은 경우 집중력 있게 공부해야만 제대로 된 공부가 가능 할 것 같았다. 

(나중에 영어 공부가 어느 정도 된 이후에는 영어는 하루에 모의고사 한 회씩 푸는 것만 했다.)


그래서 일단 사탐을 최대한 빠르게 끝내고, 영어와 국어를 최대한 길게 잡고 공부하다가 남은 날짜를 보아가며 타이밍을 잡아 네과목을 매일 같이 공부하는 것으로 큰 계획을 잡았다. 

사탐 과목은 '사회문화'와 '생활과 윤리'로 정했다. 일단 가장 많은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이니 더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도 하고, 암기량이 가장 적은게 두 과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암기량이 적은 과목에서는 변별력을 위해서 응용력과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필수적인데, 실제로 사문과 생윤에서 응용력이나 사고력이 필요한 문제의 중요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1,2 등급을 맞기 위해서는 그러한 문제들까지 정복해야 하겠지만, 미대 지망생들의 경우 대부분 3,4 등급만 받아도 충분하기 때문에 1,2 등급을 거르기 위한 한 두 문제 정도는 틀려도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실제 역대 기출 표문제도 2~3회씩 다 풀어보고, 표문제만 모아놓은 교재도 2권을 두세번 이상 풀었기 때문에 표문제를 풀기 위해 웬만큼은 했다고 생각했지만 기본적인 수학적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응용력이 부족한 탓인지 수능에서는 표문제 3개는 손도 못대고 3개 다 틀리고 말았다. 시간도 부족하긴 했지만 사실 한시간을 더 줬어도 못풀게 생긴 문제였다. 그래도 거기에 2점짜리 문제 하나 더 틀렸는데도 3등급을 받았으니 충분히 괜찮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대 지망생이라면, 그리고 남은 공부시간이 부족하다면 표문제는 다 틀린다 생각하고 포기하고, 최소한의 시간으로 나머지 부분만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 추천하자면 사문을 처음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바로 수특부터 시작하지 말고 개념강의 부터 듣는 것을 추천한다. 


* 내가 풀었던 사탐 관련 책사진이다. 이렇게 보니 몇개 안되네.


* 모든 교재는 2~3회 이상 보았고, 문제에는 틀렸다는 것만 표시해두었다가 2~3회 이상 자꾸 틀리는 문제는 5번도 넘게 보았다. 국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의 수특과 수완은 5번 정도는 보았다. 처음 1~2회가 오래 걸리지 나중에는 다시 보지 않아도 되는 곳들이 많아지면서 한 권을 다 보는데 두시간 이면 충분하게 된다. 문제를 풀때는 다음에 다시 풀 때를 위해서 답을 다른 종이에 표시하면서 풀거나 다 풀고나서 답을 알아보지 못하게 표시를 하거나 했다. 마지막에는 그냥 막 풀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답이 표시되어 있지만, 두세번 풀때까지도 문제에는 틀렸다는 표시 외에는 아무 필기도 하지 않았었다. 저 8번 문제는 말도 안되는 걸 자꾸 틀렸던 기억이 난다.


* 표문제는 아직도 잘 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1,2 등급이 아니라 3,4 등급까지를 목표로 한다면 괜찮다. 특히 시간을 짧게 잡고 공부하는 경우 표문제를 제외한 사문의 공부량은 전 과목 중 가장 적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틀리는 문제는 계속 틀린다.


* 수능의 7대함정. 특히 표문제의 난이도가 어렵기도 해서 많은 공부가 되었지만 실전은 달랐다고 한다.


* 표문제 이외에도 전반적으로 수준 높은 문제가 많았다. 잘 만들어지 문제들에 대비해 볼 수 있어 이 책을 공부한 이후 부터는 표문제를 제외하고는 거의 틀리지 않았다.


* 이쯤에는 사문 공부는 거의 끝나갈 무렵이다.


생윤도 암기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사문과 달리 말장난같은 문제에 적응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개념이라도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본 개념을 얼마나 충실하게 아느냐의 문제이지만, 기본 개념을 철저한 이해가 아니라 암기 위주로만 공부하다보면 난이도가 약간만 높게 나와도 실패할 가능성이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공부량에 비해 국어 능력이 좋은 편이었기 때문인지 그래고 표문제에 비하면 이해가 수월했다.

(나는 수학의 x의 존재를 15년이 넘게 잊어버리고 있었고 '3x'가 '3곱하기 x' 라는 것도 겨우 기억해 낼 정도였다. 당연히 이차 방정식이 나왔을때는 한참동안 네이버 검색으로 중학교 수학 공부를 한 뒤에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시 공부를 한다면 사문은 다시는 절대 선택하고 싶지 않다. 


* 하루종일 표문제를 풀면서 이 초라한 공식을 스스로 만들어 냈을때는, 내가 대 수학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나름대로 나에게는 이 5개의 공식이 표문제의 필수 공식이었다. 난 이런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창피하다...


<그러니까 다음 글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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