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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의 미대입시 도전기

미대입시 체험기 5) 영어가 제일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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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4) 내가 모르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 인체수채화 시범작 

  ( 과정영상이 궁금하시면 https://www.youtube.com/watch?v=L1aRCqeL8WY&t=65s )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최대한 열심히'라기보다는 매 순간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부해야 했다. 그래서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그로인해 시간대비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단어는 조금씩, 매일, 꾸준히, 반복적으로 외우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안다. 다들 그렇다고 하니까. 생각만해도 부담이 적고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방법은 공부 시간이 넉넉하거나, 기본적인 단어는 숙지하고 있는 경우에나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씩, 꾸준히'라는 건 학생들이 단어 암기를 하도 싫어하니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의도로 생긴 듯도 하다. 결국 내 생각엔 어느 정도 양을 암기할 때까지는 미친듯이 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 같다. 그리고 그래서 나도 저만큼을 외울 수 있었던 것 같다.


* 한 번 안외워지는 단어는 죽기 전까지 안외워질 기세로 빠르게 기억에서 사라진다.


* 원래 학생 상담할때 쓰던 공책인데 앞부분은 뜯어버리고 단어들을 찾아서 적기 시작했다. 총 53장까지 적었고, 한 페이지 당 20~25개의 단어를 적었으니 총 단어 갯수는 2400개 정도가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많은 걸 그 기간내에 어떻게 다 외웠나 싶다. 


단어를 외우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다른 공부를 할 시간이 없었다. 다른 공부까지 병행하다보면 하루의 단어 암기량이 너무 부족해 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이후 10일 정도를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단어만 외웠다. 정말 토나올 정도로 외웠다. 이 시기가 공부하면서 가장 힘들었다. 인문계 학생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단어장을 2번, 3번 본게 아니라 횟수로 따지면 못해도 30번 이상은 본 것 같다. 외우는 것보다 힘들었던 건 잊어버리는 거였다. 또 기억나지 않아 생기는 스트레스가 너무 두려워서 복습이 하기 싫어졌었다. 책상에만 앉아서 하기 힘들어서, 공원가서도 외우고, 밥먹으면서도 외우고, 이때 처음 까페에 가서도 공부를 해봤다. 너무 힘들어서 약간의 환경의 변화가 필요했었다. 까페에가서 서너시간씩 단어만 외우다 들어와서 또 외우고, 출퇴근길에는 수특지문 mp3를 들었고, 집에가서 잠들기 직전까지 외우다가 잤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면 잠들기 직전에 머릿속에 외우던 단어를 깨자마자 또 외우고 있게 된다. 마치 잠자는 내내 단어를 외웠던 것 처럼. 이렇게 잠에서 깨면 잠잔 거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전혀 개운하지도 않다. 그래도 못 외우는 스트레스에 비하면 그게 나았다.

그래도 한 일주일쯤 외우니까 어느 정도는 외워지더라. 그쯤 되니까 한 번 복습을 하면 10시간정도, 꼬박 하루씩 걸렸다. 그렇게 몇 번 복습을 하면서 총 10일 정도 단어를 외우고 나서 다시 수특을 풀기 시작했다.

핸드폰으로 단어장 사진을 찍어두고 화장실에서, 운전 중 신호 대기 시간에, 밤에 불끄고 누워서 틈틈이 보았다.


영어 얘기만 너무 길어지는 듯해서 이후의 공부를 짧게 쓰자면, 단어를 그렇게 외웠어도 영어공부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내가 느낀 영어 공부는 단계별로 나뉘어 진다. 

1. 처음엔 단어를 외웠고, 2.분명히 단어는 다 외웠는데 문제를 보면 기억이 나지 않다가, 3.지문속에서 외운 단어가 기억이 나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해석은 되지 않는다. 그래도 계속 공부를 하다보면 4.문장들이 해석이 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다보면 5. 이해가 되기 시작하나 문제는 못풀고, 6.문제푸는 능력이 생기고, 7.빨리 읽을 수 있게 되고, 8.안읽어도 되는 부분은 읽지 않을 수 있게되고...


좋게 보자면 계단을 한칸씩 올라갈 때 마다 분명한 단계를 느낄 수 있어서 성취감은 있었지만, 어느 한 계단을 넘기 전까지는 신기할 정도로 점수는 전혀 오르지 않는다. 분명히 늘었다는 건 느껴지고 성취감은 있는데 문제는 전혀 풀리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 몇 단계의 계단이 남아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게 제일 힘들었다. 한계단만 더 올라가면 되는지, 수능전에는 그 마지막 한 계단을 오를 수 있을지, 그게 아니라면 이걸 다 뭐하러 하나 싶고... 그랬다.

그래도 수능 두 주 정도 전부터 급격하게 문제가 잘 풀리는게 느껴졌고, 일주일 쯤 전에는 갑자기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시간내에 다 푸는 것도 가능해졌고, 나중에는 기출과 봉투모의고사에서 쉽게 95점이상을 받을 수 있었다. 결국 수능에서는 그 정도 점수를 받지는 못했으니 나도 마지막 계단까지 오른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히 점수가 오르기 시작하는 어느 한 계단까지는 올랐던 것 같다. 지금 영어가 부족한 생들도 마지막까지 단어외우고, 계속 공부하다보면 분명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나만큼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거라 생각한다.


* 틀린문제 또 틀리는 건 영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 이쯤부터는 영어가 그렇게 싫지 않았다. 점수가 이렇게 나오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1년간 학생들 모의고사 치르게 할때마다 남았던 문제지를 공부가 어느 정도 된 이후부터 하루에 하나씩 풀었다.


 * 그래도 100점은 여간해서 나오지 않았다.


<다음 글에서 국어 공부법과 수능 전 마지막 정리 방법이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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