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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의 미대입시 도전기

미대입시 체험기 7) 드디어 수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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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2) 실기와 공부 병행하기

[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3) 우리의 목표는 1, 2등급이 아니다

[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4) 내가 모르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기타] - 미대입시 체험기 5) 영어가 제일 어려웠다

[전체] - 미대입시 체험기 6) 이렇게 된거 실기시험도 치러간다



 그렇게 드디어 수능이 다가왔다.


 전날 예비소집일 갔다가 밤에는 화실에서 수업을 했다. 수능날 아침은 운전하면서 평소 먹던대로 간단하게 요기만 했다. 다행히 내 고사장 바로 옆에 문화센터가 있어서 주차가 용이했다. 전날 미리 주차 금액을 물어봤는데 보호자인줄 알더라. 고등학생 자식이 있을 나이는 아닌데. 노안도 아닌데.


* 수능날 아침엔 수위아저씨가 '이 안은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라고 하시길래 수험표를 보여드리고 들어갈 수 있었다. 


* 내가 시험봤던 교실, 책상. 옛날 책상과 많이 달라졌지만 낙서는 똑같더라.


* 관광지 다니는 것보다 설레고 재미있었다. 


 두달이 넘게 매일 아침에 공부를 해왔으니 그럴리 없겠지만 이상하게 왜인지 그날은 '혹시 졸릴수도 있으니까 커피를 미리 마셔두자' 라는 생각이 들어 차에서 진하게 내린 커피를 벌컥벌컥 마셨다. 몇 일 지나고서야 문득 생각이 나면서 이유를 알았지만, 국어 시작할 즈음부터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탓에 집중이 어려웠었다. 그때는 왜 고3때도 안했던 긴장이 되나 했었다. 게다가 실제 시험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일도 있었다. 시험이 시작되고 1~2분 쯤 지났나 정신없이 첫번째 지문을 풀고 있는데 감독관이 내 옆에 서서 내 문제지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뭔가 싶어서 쳐다보고 있었더니 답안지를 꺼내서 도장을 찍어서 도로 책상에 놔주더라. 난 무슨일이지 싶어서 감독관이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다시 지문을 쳐다보니까 처음부터 다시 봐야겠더라. 평소 모의고사에서도 시간이 빠듯했던 나는 여기에서 급 당황해서 초반 문제를 애매하게 풀고 넘어갔다. 초반에 이렇게 엉망인 상태이다보니 문법을 풀때 쯤엔 자꾸 마음속에서 '에이 내가 이걸 뭐하러 하나. 점수도 어차피 제대로 안나올꺼면 걍 관둘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실기시험까지는 꼭 쳐봐야지 생각하며 참았다. 결국 평소에 왠만해서는 안틀리던 화작문에서, 그것도 2번,3번을 틀리고 문법에서도 한문제를 틀리게 되었다. 

 영어는 카페인 과다 복용의 부작용인지 듣기에서 어이없게 잠깐 멍때렸다가 한 문제가 지나가 버렸다. 원래 듣기는 잘했었는데 그 쉬운 15번문제를 틀렸다.


* 생각보다 원서비가 비싼것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국어를 끝까지 풀게 했다. 대충풀고 말기에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


 입시생도 아니면서 생각보다 떨리고 긴장되더라. 내가 그럴 정도니 어린 학생들은 오죽할까.

예전에는 수능을 망치거나 나처럼 실수로 몇 문제를 틀리고 속상해서 우는 학생들에게 너무 쉽게 '괜찮아. 그럴수도 있지' 라고 말했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인생에 있어서 대학이 너무 중요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한 문제 실수 한 것 자체가 얼마나 아깝고 속상하고 짜증나는지 이제는 아니까 그렇다. 그리고 그 한 문제 차이로 원하는 대학에 불합격하는게 바로 입시다.

 떨어진다고 재수해야하는 입장도 아니면서 실수로 틀린 몇 문제가, 어이없게 틀린 듣기문제 하나가 그렇게 아쉽고 속상했다. 겨우 두어달 해놓고 이러는 것도 우습지만 그깟 실수 때문에 그 동안의 노력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실기 시험장에서도 누구나 하는 그 사소한 실수 하나씩 덜 하는 학생이 잘 그리는 거 아니었나. 그 사소한 실수 하나를 줄이기 위해 그렇게 매일 모의 시험을 치는 거 아니었나. 나는 그걸 알면서도 '가끔 잘 그려진 한 장을 본인 실력이라고 착각하는 학생'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매년 학생들에게 얘기하듯, 거기까지가 내 실력이었고, 그 정도가 내 노력의 정도이고, 그에 합당한 결실이었던 거다. 


* 수능이 끝나고 가채점 전의 모습이다. 


* 나의 작년 성적표. 좀 가릴까 하다가 그냥 전부다 공개 하기로 했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작은 참고라도 되었으면 한다. 부족하지만 짧은 기간에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결과다. 덕분에 앞으로 학생 지도에도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최종적으로 수능에서 백분위 평균 83~84 정도, 표준 점수 합 361점을 받았다. 9월부터 짧게 준비해서 4등급까지만 받아도 서울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높은 3등급 초중반정도를 받았다. 이걸로 9월부터 공부해도 3,4 등급까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나처럼 매일 실기수업을 해야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더 가능성 있을거라 생각한다. 실기를 주2~3회 정도로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거다. 덕분에 앞으로 9월모평성적을 가지고 학생들의 진로를 빠르게 결정하기 어렵게 되었으니 학원의 운영을 생각하면 불편한 일이겠지만, 내가 큰 학원에서 수업하는 것도 아니고 학생들을 따로따로 관리한다면 이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모두는 아니겠지만 성적을 올릴 수 있는 학생도 분명히 있을텐데, 내가 먼저 단정지어버리는 것으로 학생의 공부의지를 크게 떨어트리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후는 정시 준비에 정신없었다. 매일 아침부터 그림이다. 힘들지만 시간은 금방간다. 올해는 나도 원서를 썼다는 것만 달랐다. 어느 학교, 어느 과에 지원해야 할지 매일 고민하고, 그림 상태를 점검하고, 시험을 보다보니 가군 실기 시험날이 다가왔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건, 해본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매일 점심, 저녁 메뉴를 고르는 거였다. 


* 학생들이 지원하는 학교들의 경쟁률 등을 조사해서 정리해 놓고, 학생마다 어느 학교, 과에 지원할지 고민을 하였다. 노란색이 가군, 빨간색이 나군, 파란색이 다군이다. 과별로 정원, 지원인원, 실기 종목, 경쟁률을 정리해두었고 학생 이름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다음 글에 최종 지원학과와 입시결과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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