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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미술

그림 잘 그리는 방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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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미술을 배우러 미술학원에 갔을 때 소묘를 먼저 배웠다. 나 말고도 많은 학생들이 그랬고, 내가 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도 당연히 처음 배우러 온 학생은 소묘부터 시켰다. 그때는 소묘와 수채화의 진행원리와 수업방식이 똑같았고, 수채화는 단지 소묘에 색이 추가된 것이니까 대부분 수채화보다는 소묘가 더 쉬운 과목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옛날에 배우던 방식의 수채화라면 그럴 수 있겠다. '암기식의 양감 표현'을 감각적인 터치 위주 표현으로 벽돌 쌓듯이 층층이 쌓아올려 그려야 했으니까. 조색만해도 어려운데 농도조절도 너무 어려웠고 무엇보다 무언가를 보고 똑같이 그리는게 아니라 머리속에 있는 암기된 양감을 표현해내야하는게 가장 어려웠다. 그러니 미술을 처음 시작한 학생에게는 당연히 뭔가 물체를 보고 그림을 그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내 눈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무언가를 그려야 했으니 어려울 수 밖에.


그래서 자연스럽게 학원에서는 물체가 아니라 선생님의 그림을 먼저 보고 그리게 시켰다. 수준에 맞는 쉬운 문제를 먼저 풀어보게 하는게 아니라 어려운 문제의 답안을 먼저 보여주고 일단 베껴보라고 하는 식. 문제는 학생들은 답안보고 베끼는 것조차도 너무 어려워 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아마 '그림 그리는 원리'를 먼저 가르쳐 준다면서 원기둥이니 육면체니 그런 것들을 먼저 가르치지 않았을까. 

결국 그림을 잘그리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 갔는데 학원에서는 육면체, 구, 원기둥을 먼저 시켰던거다. 




이게 그림 실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어느 시점에 따라 엄청나게 도움이 많이 될 수도 있고, 배울것도 많은 과정이다. 문제는 모든 학생들에게 그 시점은 다 다르다는 것인데, 그때는 처음 배울때 무조건 이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림이 잘그리고 싶으면 이 힘든 과정을 견뎌내야 그제서야 진짜 비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사실 나는 이 과정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고, 즐겁게 이 과정을 넘어간 학생도 많았다. 하지만 그건 그림을 잘 그리려면 이걸 잘해야 한다고 하니까 그런거 였지 원기둥 따위 그리는게 그렇게 즐거울리는 없었다. 그리고 기초과정이라고 불렀던 그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고 생각보다 오래걸렸다많은 학생들이 지루해했고, 심지어 한 달 배우고 그만 두는 학생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처음 배울때 이 정도면 굉장히 잘하는 편이었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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