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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인물수채화 (Anya Taylor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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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반까지 굉장히 만족하면서 그렸던 그림. 초반부 진행하면서 예전의 감이 많이 돌아왔다. 한 장한장 그릴 때마다 '아 이런게 있었지', '아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됐었지'. '아 이거 조심하면서 해야했었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점점 나아지는 것이 스스로 느껴질 때는 그림그리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문제는 그 순간이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그리 길게 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본인의 그림이 늘고 있는 것이 느껴지지 않고 정체되어있다고 느껴지거나, 심지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안좋은 습관이나 단점이 고쳐지고 있지만 학생들의 눈으로는 당장의 결과물에서 그것을 찾아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의 발전 여부와는 상관없이 아직 부족한 본인의 실력만 한탄하며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 아마 모든 학생이 이러한 것을 느껴봤을 것인데 이러한 좌절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잘 해나가고 있지만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면서 이리저리 헤메거나 다른 안좋은 습관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이 계속 된다면 본인이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닌가, 미술을 그만둬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면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이럴 때 선생이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선생의 눈에는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또는 무작정 잘하고 있다고만 얘기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현재 어떤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부분이 어떤 식으로 변해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하면 좋아질 수 있는지 구체적인 부분을 충분한 시간과 공을 들여 설명하고 이해시켜주어야 한다.

 옆에 그러한 선생이 없다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오늘의 그림이 나의 마지막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생각해보면 객관적으로 다가가기 쉬워진다. 현재의 그림을 스스로 평가하는데 막연히 잘그렸다 구리다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그림에서 뭐가 부족한지, 그것을 고치기 위해서는 뭐가 달라져야 하는지, 저번보다 어떤 것이 나아졌는지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직업병의 후유증인가 이제는 선생도 아닌데 쓸데없는 소리를 한참 썼다. 혹시라도 학원에서 그림이 잘 안되서 고민 중인 학생이 그림을 검색해서 들어왔다가 이 글을 보고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어쨌든 이 그림은 잘 그려져서 재미있게 그리다가 막판에 볼과 턱 부분 처리하는데 애를 먹다가, 대강 끝내버리고 싶은 욕구를 참고 어떻게든 수습하다가 결국 꽤 마음에 들게 끝난 그림이다. 이 한 장으로 배운 점이 참 많다. 중간에 포기 안하고 끝까지 손보다가 결국 새로운 진행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는데 마치 게임에서 지루한 노가다 끝에 레벨업을 하고 레벨업 보상으로 새로운 능력치 스탯을 찍은 기분이다. 인생은 게임이다. 재미있게 살자.

 

뭔가 약간 뿌연듯한 이 느낌이 마음에 든다

 

음 맘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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