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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오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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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오랜만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지 않은지 아마 2년도 넘은 것 같다. 이렇게 오랬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것은 처음이다. 초등학교 3학년쯤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입시가 끝나자마자 학원 강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꽤 많은 그림을 그렸었다.

 그 동안 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블로그도 방치해둘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일단 다른 일에 집중해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학원의 일에도, 그와 관련된 사람들에게도 너무 지쳐있었다. 내가 정말 열심히 해왔던 입시미술이라는 근본적인 것에 대한 회의, 믿었던 사람들에게 느꼈던 배신감, 사랑했던 학생들과의 소모적인 관계, 반복되는 과로와 긴장감 등으로 인해 학원 일을 계속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수십 년을 함께 해왔던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그 동안의 인생이 없어진것 처럼 느껴지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림을 멀리하는 그 어색함조차 나에게 위안을 줄 정도로 편안하게 느껴졌다. 

 물론 평생 그림을 그리지 않을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아마 한 5년 쯤 더 지난 후에, 생활도 일도 안정이 되고나면 다시 그리게 되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되었다. 영화 인턴을 보다말고 갑자기 그림이 너무 그리고 싶어져서 화면을 캡쳐해서 그렸다. 그게 벌써 두달 전이다. 그 이후로도 시간이 날때마다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예전보다 마음이 훨씬 더 편하다. 그림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싶을 때 그릴 수 있다는 말이다.

 어렸을 때 그랬던 것 처럼, 다시 그림은 평생 나와 함께 할 좋은 취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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